'비슷한 희귀질환 앓고 있지만… 두 번 우는 환자들' ......................................................................................................................................................................... ‘희귀질환 산정특례’ 희비
#1. 선천성 희귀질환 ‘알라질증후군’ 탓에 생후 15개월째에 간을 이식받은 성모 군(5)은 지난달부터 병원비 부담이 3분의 1로 줄었다. 보건복지부가 진료비의 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에 알라질증후군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간에서 담즙을 나르는 여러 갈래의 담도가 정상보다 부족하고 뼈, 눈, 신경이 잘 발달하지 않는 이 질환 환자들은 큰 수술과 검사로 연간 수천만 원을 병원에 쏟아 붓는 게 보통이었다.
#2. 박보람 씨(34·여)의 경우는 사뭇 달랐다. 박 씨는 시신경과 척수에 까닭 모를 염증이 번져 사지가 마비되는 희귀질환인 ‘시신경척수염’ 탓에 열일곱 살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고 스물네 살 때부터 걷지 못했다. ‘돈 안 되는’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가 드물고 약값이 비싸다 보니 초기엔 증상 악화를 늦추는 주사를 맞는 데 월 1000만 원 넘게 들었다. 하지만 이 질환은 정부의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 씨는 “약값 부담 탓에 심장에 큰 부담을 주지만 조금 싼 주사를 맞다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며 낙담했다.
이들의 희비가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환자 수다. 복지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환자 수가 2만 명 이내인 희귀질환 중 치료가 어려우면서 진단 기준이 명확한 ‘터너증후군’ 등 151종에 특례를 적용해 왔고, 지난달 환자 수가 매우 적어 진단 기준이 불명확할 수밖에 없었던 ‘극희귀질환’ 44종을 추가하면서 그 기준을 ‘환자 수 200명 이내’로 정했다. 이 때문에 환자 수가 100여 명인 알라질증후군은 지원 대상에 들었지만 500여 명인 시신경척수염은 빠졌다. 박 씨가 시신경척수염으로 인해 겪어 온 신체적 고통과 금전적 부담은 알라질증후군 환자들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지만,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조금 더 많다는 이유로 구제받지 못했다.
희귀질환자 단체 측은 박 씨처럼 아깝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이들 중 치료제가 마땅치 않거나 치료비 부담이 큰 ‘차상위 극희귀질환’ 환자가 적지 않다고 호소한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 수가 국내에 2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선천성 질환 ‘윌리엄스증후군’이다. 환자 송원준 군(10)은 태어났을 때부터 심장질환과 지적장애에 동시에 시달리며 매달 수백만 원짜리 호르몬제를 맞고 있지만 현재 희귀질환 특례를 받는 것은 증상 중 하나인 ‘대동맥 상부 협착’뿐이다. 폐동맥, 관상동맥, 심장 판막 등에 이상이 발생한 다른 환자들은 치료비 대부분을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장은 “돈이 없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희귀질환자는 10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 전향적으로 지원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례 대상에 한번 포함시키면 나중에 빼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0∼2014년 특례 대상 희귀질환자는 47만 명에서 69만 명으로, 이들에게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은 1조8591억 원에서 2조7814억 원으로 늘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6월에 시신경척수염 등 일부 희귀질환을 특례 대상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http://news.donga.com/3/all/20160328/77244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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